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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ne 12, 2020

[마켓 관찰] 후발주자는 어떻게 선두를 추월했을까 - 오피니언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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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는 어떻게 선두를 추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늘 답을 찾고자 하며 지금도 많은 경영학자들이 연구를 내어놓고 있다. 이에 관한 답은 많지만 오늘은 역사 속에서 그 힌트를 얻고자 한다.

중세 이후 유럽의 후추 무역은 베네치아 상인에 의해 좌우되었다. 베네치아 상인들을 중세 무역의 지배자로 만든 것은 좋은 입지와 뛰어난 수공업 그리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당시엔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이교도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꺼리지 않는 파격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레반트 지역과 이집트에 걸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유럽의 후추 무역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유럽 국가 중에서도 포르투갈은 유럽의 끝에 위치해 있었으며 상공업은 취약하고 네트워크는 부족했다. 그렇기에 정상적이라면 포르투갈은 베네치아와는 경쟁 상대조차 될 수 없는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항해왕자 엔히크의 주도로 시작된 아프리카 항로 개척이 포르투갈의 미래를 바꾸었다. 아프리카 남쪽으로 향하던 여정이 쌓여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르투갈이 인도 항로를 개척하면서 베네치아는 과거의 위치를 잃고 말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인도양 무역을 장악한 포르투갈도 또 다른 후발주자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추월을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의 등장이 그러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포르투갈 연합왕국과 독립전쟁 중이었는데 이 때문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장악한 항로와 항구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르투갈이 그랬던 것처럼 `우회`를 택했다. 포르투갈이 장악하고 있는 말라카 해협을 피해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순다 해협을 통해서 후추 생산지로 향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새 항로가 개척되면서 포르투갈의 지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네덜란드가 포르투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래 상공업과 금융이 발달한 국가라는 점 또한 네덜란드가 포르투갈을 압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상공업의 발달은 그만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잘 발달한 금융업은 압도적인 자금력을 앞세울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향신료 무역의 핵심이 후추에서 네덜란드가 독점하고 있던 육두구와 메이스 같은 고급 향신료로 옮겨간 점도 큰 몫을 했다. 덕분에 포르투갈은 인도양에서 그 지위를 상실했으며 네덜란드는 17세기에 가장 강력한 무역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있다. 네덜란드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후발주자인 영국에 추월당했다는 점이다. 영국은 네덜란드를 피해 아프리카에서 호주를 거쳐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가는 우회 항로를 개척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포르투갈과는 달리 만만치 않은 국가라 전쟁과 경쟁에서 패하면서 향신료 공급처를 모두 빼앗기고 만다. 이 때문에 영국으로서는 향신료 대신 다른 상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것이 커피, 차, 면직물 같은 것이었다.

네덜란드가 향신료 무역에 집중하느라 방치한 아라비아해와 인도의 교역로를 영국이 확보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18세기부터는 유럽 경제의 성장으로 시민계급 위치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고급 향신료 같은 사치품이 아니라 보편상품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국은 18세기 이후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보면 후발주자가 선두주자와 정면으로 경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두주자를 피하고 우회하고자 한 것이 선두주자의 우월적 위치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우회한 방향과 시장의 흐름이 맞아떨어져서 추월하기도 했다. 이는 경쟁의 승리가 근성이나 정면 승부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두를 추월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우회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경쟁에 관해 역사가 알려주는 가르침은 바로 그것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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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2, 2020 at 10:2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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