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였다. 줄리 헬름스가 일하는 프랑스 북동부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 있는 벌어진 일이다.
며칠 사이에 집중치료실에 있는 모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호흡 곤란과 더불어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환자들이 크게 불안해했고, 혼동과 섬망증 같은 신경학적 문제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어요. 환자 대다수는 30~40대였고, 심지어 18세 환자가 있을 정도로 대부분 연령대가 낮았거든요."
신경학적 문제
헬름스와 동료들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인지 장애와 정신 착란 같은 신경학적 증상에 대해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했다.
이러한 증상은 모두 '뇌병증(뇌 손상을 일컫는 용어)'이 나타났을 때 생기는 것들이다. 지난 2월 중국 우한시에서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었다는 연구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편 이상의 연구가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신경학적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증상은 두통, 후각 상실, 감각 이상 같은 가벼운 증상은 물론 실어증, 뇌졸중, 발작과 같은 심각한 형태로도 나타난다.
최근에는 바이러스가 신장과 간, 심장, 그리고 신체의 거의 모든 기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헨리 포드 재단의 신경학자 엘리사 포리는 "코로나19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더 심한 뇌병증이 일으키는지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도 "심각한 증상을 보인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사례가 증가하면서 공통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흔하지 않은 증상도 보게 될 겁니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그런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어요."
아직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Sars-CoV-2(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이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50% 정도에서 신경학적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신경학적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는 주로 레이더 장비가 있어야만 알 수 있다.
내과 의사를 포함한 대부분은 신경학적 이상이 생겨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발작이 일어난 사람이 떨림 증상을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저 멍한 상태로 있는 것으로만 보일 수 있다.
게다가 각종 장비와 진정제, 침대 고립 등과 같은 집중치료실의 환경은 섬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원인을 바이러스와 연관 짓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관련 증상의 부족
더 복잡한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학적 문제가 나타난 사람들 상당수가 해당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침이나 열이 없는 경우에는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이 증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 방법이 없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메디컬의 로버트 스티븐스 마취과 중환자실 부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유일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혼동뿐인 환자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우리는 신경학적 질병의 2차 팬데믹에 직면해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다른 질병
대부분의 연구자는 (폐 기능 이상으로 인한) 두뇌 산소 결핍이나 인체의 염증 반응의 산물(유명한 "사이토킨 폭풍")의 간접적인 결과로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포리와 헬름스도 신경학적인 이상에 사이토킨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가 두뇌까지 침범할 수 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스티븐스는 "만약 누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액뇌장벽(뇌실질조직과 혈액 사이에 있는 생리학적 장벽이며 양자 간의 물질교환을 제한하는 장치)을 넘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한 달 전에 물었더라면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연구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의식을 잃고 자신의 토사물 위에 쓰러진 채 발견된 스물네 살 남성에 관한 연구 사례가 나왔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지속해서 발작을 일으켰다.
뇌 MRI 검사 결과 바이러스성 뇌막염(뇌가 팽창하는 현상) 소견이 나왔고, 요추 천자 검사를 해보니 뇌척수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중국에서도 중증 뇌염을 앓고 있는 56세 남성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이 바이러스의 흔적이 나왔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사망자 사후 검사를 해보니, 뇌혈관 내피세포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을 지속시켜주는 뇌 부위에 손상을 가해서 호흡 장애와 사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과학자들이 생겨났다.
두뇌는 보통 "혈액 뇌장벽"이라는 세포를 통해 감염으로부터 뇌를 보호한다. 이 세포는 두뇌와 척수를 관통하는 모세혈관의 안쪽에 있으며, 미생물과 독성물질을 차단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장벽을 뚫을 수 있다면, 바이러스가 중추 신경계로 침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추 신경계에 남아 있다가 수년 뒤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복하는 바이러스
드물기는 하지만, 바이러스들이 나사로(성경에 나오는 죽었다가 부활한 인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꽤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척추의 신경 세포를 감염시키고 이후 성인기에 대상포진으로 다시 나타난다.
유년기에 수두를 앓은 사람의 약 30%가 생애 어느 시점에서 대상포진을 앓게 된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훨씬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 바이러스도 있다.
가장 악명 높은 것 중 하나는 1918년 팬데믹의 원인이 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두뇌의 도파민 뉴런과 중추신경계에 영구적이고 심대한 손상을 입혔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약 5백만 명 정도가 "수면병" 또는 "기면성 뇌염"으로 알려진 극도의 피로에 시달린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생존자 가운데 상당수가 가사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1973년 펴낸 저서 "깨어남(Awakenings)"에 "그들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달하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유령처럼 실체도 없고, 좀비처럼 수동적이었다"고 썼다.
그는 'L-DOPA'라는 약물로 도파민의 수치를 올릴 수 있게 될 때까지 환자들이 수십 년 동안 고통을 받았다고 기록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뉴트 신경정신약리학과 교수는 1957년 영국에서 인플루엔자 팬데믹 이후 1970~80년대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우울증은 매우 뿌리 깊었습니다. 마치 감정적인 회로가 모두 꺼져있는 것 같았어요."
뉴트는 같은 일이 더 큰 규모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를 앓고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사람들은 신경학적 손상 여부에 대해 장기간 체계적으로 관찰을 받아야 합니다."
뉴트는 "영국의 모든 보건 단체가 코로나19 증상만 보고 있고, 두뇌의 세로토닌 양과 같은 신경학적 이상은 주목하지 않는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추가 조사
뉴트는 코로나19를 앓고 우울증이나 다른 신경정신과 질환이 생겨난 환자 20명을 모을 계획이다. 그리고 최첨단 PET 스캐너를 이용해 뇌 염증이나 신경전달물질 수치 이상 징후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볼티모어에서는 스티븐스가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코로나19 환자에 관한 장기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두뇌 스캔은 물론 기억력 등 뇌 기능과 관련된 상세한 인지 테스트도 할 예정이다.
피츠버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신경계 기능 장애에 대한 글로벌 컨소시엄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피츠버그 대학의 신경학자인 셰리 추가 17개국 과학자들과 함께 뇌 스캔을 포함해, 팬데믹으로 인한 신경계 증상을 관찰하고 있다.
추는 "비록 바이러스가 폐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즉각적이고 무섭지만, 신경계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은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는 것은 폐 질환보다 흔치 않아요. 하지만 신경학적 손상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치료하더라도 다른 장기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더 커다란 문제가 되고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헬름스는 신경학적 이상의 충격이 얼마나 거대한지 잘 알고 있다.
BBC는 최근 그녀와 인터뷰를 한 차례 연기해야 했다. 두 달 전 퇴원한 그녀의 환자가 바이러스성 피로와 심각한 우울증을 하다가 자살 충동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환자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헬름스가 만난 환자 중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상태를 겪었다.
헬름스는 "환자는 혼돈 상태에 빠져 있고 걷지도 못한다"라며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할 정도로 끔찍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 환자는 아직 60세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나를 죽였다'라고 말해요. 코로나19가 그녀의 뇌를 죽였다는 뜻이죠. 지금 그녀는 삶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있어요."
헬름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신경학적 이상 문제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를 알지 못했던 터라 지금 대처가 힘들다"며, "현재는 (이로 인한) 뇌 손상을 막을 치료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폐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착용할 수 있다.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투석기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폐와 신장의 회복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인류에게 두뇌를 위한 투석기는 없다.
July 04, 2020 at 02:4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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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어떻게 두뇌도 손상시킬 수 있을까?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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