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제약업계에서도 신고 건수가 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 혹은 괴롭힘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는 노무법인 대상의 홍지은 노무사는 많은 이들이 여전히 괴롭힘을 감내하며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시행된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인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게끔 하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팽배한 제약업계 내에선 '괴롭힘'을 '괴롭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여전하다는 게 홍지은 노무사의 설명이다. 이에 홍 노무사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피해의 범주 혹은 가해의 범주인지를 들었다.
- 제약업계 내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궁금하다.
사측의 권고사직을 거부했을 때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대기발령을 내린다거나 동료들이 다니는 출입구 쪽에 노트북 등도 없이 책상만 두고 대기토록 지시하거나, 성과 인센티브의 일부를 저녁식사 및 술값으로 지불할 것을 강요하는 등이 있었다. 전혀 술을 마시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선배가 술 마시기를 강요하며 "누구는 좋아서 술 마시는 줄 아냐", "너도 본부장에게 술 접대해", "토하고 나서라도 술 마셔. 지켜 보겠어" 등이라는 언행을 보인 경우도 있다.
- 괴롭힘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반응은 어떤가.
안타까운 점은 예전부터 해왔던 자신의 행위가 상대를 괴롭히는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친근함의 표시였다", "싫어하는 줄 몰랐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 "그토록 싫다면 왜 말을 안 했나" 등의 핑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성희롱은 물론, 직장 내 괴롭힘 역시 행위자의 의도는 판단요건으로 보지 않는다. 때문에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성희롱과 더불어 괴롭힘도 의무교육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피해를 입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나.
피해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3가지가 있다. 먼저 사내 고충처리위원에 신고함으로써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방안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 및 격리를 원할 뿐 자신의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할 경우 이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노동청에 진정 및 고소를 하는 방안이다. 진정은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노동청에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이며, 고소는 사용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신고하고 처벌을 구하는 행위다. 만일 피해자가 외부에 자신의 피해 사실 노출을 꺼리지만 도저히 회사 내에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근로감독 청원을 하는 방안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일삼은 사업장에 대해 익명으로 사업장 근로감독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익명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처리 기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다.
세 번째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방법이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부당 해고 및 부당 인사 명령에 대한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피해를 입은 개인이 해당 대응 절차에 관해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경우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성희롱과 달리 신고에 대한 불이익 처우가 있을 경우에만 처벌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신고를 해 불이익을 받을 경우에만 회사나 상대방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가해자, 피해자 당사자의 인식 개선이 더 중하다고 본다. 지금 내가 직장에서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이 엄연히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범위라는 것, 더 나아가 지금껏 우리 조직 내에서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행위가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행위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June 29, 2020 at 10:2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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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서도 여전한 '직장 내 괴롭힘', 당신이라면 어떻게?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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