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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 2020

집콕 분노 지옥 어떻게 벗어날까 : 마음산책 : 휴심정 : 뉴스 - 한겨레

lahngapaya.blogspot.com
집콕으로 좁은 집에서 복작대다 보면 짜증이 늘어난다.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부모 중 상당수는 자녀가 늦도록 퍼질러 자고, 게임과 유튜브를 하고, 얼굴만 마주치면 먹을 것을 찾을 때 혈압이 오른다. 분노는 공동체 내 불평등한 구조를 파악하게도 해주고, 개인적인 성격적 결함까지 드러나게도 한다. 즉 분노는 갈등 요소를 해결하고, 성격적 결함까지 고칠 수 있는 좋은 장이 되기도 한다. 분노를 그렇게 긍적으로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집콕때는 섣불리 문제 해결을 하기보다는 분노 조절이 더 시급하다. 분노는 끓는 냄비와 같다. 닫아두면 폭발한다. 그래서 적절하게 터트려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도 방탄소년단처럼 밖에서 분출해야 한다. 좁은 집에서 잘못 터트리면, 가족한테까지 바이러스 취급을 당해 격리될 수도 있다. ‘거리두기’만 아니면 부부싸움 뒤 동네 카페로라도 피신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속에 쌓인 것을 내뿜기로는 유산소 운동만 한 게 없지만, 헬스장도 가기 겁나고 마스크를 낀 채 달리기를 하자니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최대한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 집 주위에서 줄넘기를 하거나 방에서 100배나 108배로 땀을 뺄 수는 있다.
요즘처럼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선 분노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노 뒤엔 ‘과도한 기대’가 있다. 엄마는 ‘내 자식이 저렇게 형편없을 줄이야’라는 생각에 기가 막힐 수 있다. 그러나 아이 생각은 반대다. ‘학교로 학원으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뺑뺑이 도느라 힘들어서 어쩌나’라며 사랑과 안타까움을 담은 눈으로 봐주던 콩쥐 엄마는 어디로 가고, 도끼눈을 치뜬 채 “그만 자, (게임) 그만해. (티브이) 그만 봐”라고 온종일 잔소리를 하는 팥쥐 엄마가 생긴 격이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다. 서로 일이 바빠 눈코 뜰 새 없을 때는 ‘우리는 언제 온 식구가 식탁에 마주 앉아 오손도손 식사를 할 수 있을까’라더니, 이젠 ‘내가 밥순이냐, 내가 마당쇠냐’며 ‘가까이하기엔 너무 힘든 당신’이라고 한다. 분노를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그래선 안 된다’는 포청천 같은 서슬이다. ‘나를 뭘로 알고’ ‘왜 저렇게밖에 못 할까’ 등 분명한 주관에 어긋나면 화가 치민다. 상대가 처단해야 할 이토 히로부미도 아니고, 온 국민 앞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백분 토론을 하는 것도 아니라면 강고한 주관은 내려놓는 게 좋다. 기대치를 낮추고, ‘이래선 안 된다’는 이데올로기를 놓아야 한다. 스스로도 ‘지각해서도 안 되고, 말실수해서도 안 되고, 일을 제때에 잘 처리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를 하는 게 어디 한두번인가. 자신에게 내린 명령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이래서도 안 되고, 저래서도 안 된다’며 최후의 심판관이나 되는 양 강요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분노가 너무 심해 조절하기 어려울 때는 분노의 감정을 차라리 슬픔의 감정으로 전환해 눈물을 흘리는 편이 낫다. 동양의 오행원리에 따르면 슬픔이 분노를 이긴다. 그런데 눈물은 순간의 분노나 폭력적 언사를 전환할 수는 있지만 자조와 우울을 유발하기 쉽다. 그러니 눈물보다 더 좋은 방법은 자비심, 즉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너(당신)도 온종일 집에만 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어.’ 혹은 ‘우리 가족 중 누군가 코로나에 걸려 음압 병실에 격리돼 면회도 안 되고 노심초사할 걸 생각해봐. 그래도 아무 일 없이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는 자비의 마음은 분노 극복을 위해 그만이다. 무엇보다 최고의 방법은 서로를 배려해주고 존중해주고 도와주는 것이다. 가사를 분담하고, 일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필수다. 가족들이라고 함부로 대하고 눈치 없이 굴다가는 ‘코로나’가 ‘코피나’가 되는 수 있다. 이 힘든 집콕 감옥에서 서로를 구원할 최후의 비방은 칭찬이다. 분노는 분노를 낳고, 칭찬은 칭찬을 낳는 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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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3, 2020 at 07:1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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