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어떻게 장사해왔길래…”
이런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P2P업체 셋 중 둘은 금융 당국이 요청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대단한 자료를 요구한 게 아니었다. 장부상에 적힌 채권과 실제 보유한 채권이 일치하는지 정도만 점검하라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못한 곳이 셋 중 둘이라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P2P업체가 줄폐업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다.
◇P2P업체 237곳 가운데 159곳, 회계 감사보고서도 못 냈다
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2P업체 237곳 가운데 금융 당국의 회계법인 감사보고서 제출 요구에 응한 곳은 79곳에 그쳤다. 그중 1곳은 ‘의견 거절’이었다. 회계법인이 감사 업무를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정상적으로 자료를 낸 곳은 78곳이다.
금융 당국이 P2P업체에 감사보고서를 내도록 한 것은 P2P업계에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출 돌려막기를 한 업체, ‘가짜 채권’으로 투자자 돈을 끌어모은 업체가 줄지어 나왔다.
그래서 ‘일차적인’ 조사를 위해 감사보고서를 내라고 한 것이다. 금융 당국이 본격적으로 점검하기 이전에, 민간 회계법인에서 ‘멀쩡한 업체’라는 도장을 받아오라는 뜻이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조차 못 받아오는 업체는 정상적인 금융업을 할 수 있는 곳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 당국이 요구한 자료는 대단한 게 아니었다. 장부상 채권과 실제 보유한 채권이 일치하는지 등 기초적인 내용에 대한 점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재무제표 전반을 제대로 작성했는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 낸 곳이 셋 중 둘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정도 자료를 못 내는 업체는 잠재적인 사기 혐의 피의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금융 당국은 모두 237곳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78곳은 멀쩡한 보고서를, 1곳은 부실 보고서를 냈다.
미제출 업체 가운데 26곳은 ‘영업실적이 없다’고 했다. 12곳은 ‘비용 문제 등으로 제출이 곤란하다’고 했다. 7곳은 ‘제출기한을 늘려달라’고 했다. 아예 금융 당국 요구를 ‘읽씹(무응답)’한 업체도 113곳에 달했다. 그중 8곳은 금융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7~8월 중 폐업을 신고했다.
◇P2P 줄폐업 이어질 듯, 투자자 돈 2.3조 어쩌나
금융위는 ‘적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 78곳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법)에 따른 등록요건을 갖춰 신청하면 등록 심사를 해주기로 했다. ‘제도권 금융회사’로 진입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물론 78곳 모두 ‘제도권 금융회사’라는 자격을 손에 넣는 건 아니고, 심사 대상에는 넣어준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에는 정식 업체로 등록되는 건 10곳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자료를 안 냈거나 ‘불량’ 보고서를 낸 곳은 영업 여부 등에 대한 확인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이달 10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다시 한번 요구하기로 했다. 그래도 안 내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P2P연계대부업 등록 반납을 유도하는 한편, 필요시 현장 점검 및 검사를 하기로 했다. 문제가 발견된 업체는 등록취소 처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 닫으라고 좋은 말로 하고, 그래도 안 들으면 강제로 문 닫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맡겨둔 돈이다. P2P금융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 P2P업계의 대출 잔액은 2조33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불량 업체’에 맡겨둔 돈이다. 정부는 “업체가 문을 닫더라도 투자자 돈은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먹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September 02, 2020 at 04:0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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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어떻게 장사했길래, P2P업체 셋 중 둘 회계 보고서도 못 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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